"그는 다시 한번 성냥불을 켰다.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벽에 기대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리스 조각의 토르소처럼 몸체는 있지만 머리와 두 팔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메구미인가. 미칠 것 같은 공포로 신지의 몸은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덜덜 떨려오기 시작했다. 손가락 사이에서 불꽃이 사라지자 그는 기계적으로 다시 성냥불을 쳤다. 성냥붙이 살을 파고들어 간 아픔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은 일본 추리 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점점 드러나는 인간의 광기와 잔혹성을 긴장감 있게 묘사하며, 독자를 서서히 공포로 몰아넣는다. 첫 장면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독자의 시선을 한순간도 놓지 않는 이 소설은, 충격적인 장면들로 가득 차 있다.
줄거리
주인공 와카츠키 신지는 한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보험금 청구 사건을 처리하며 하루하루 반복적인 일상을 보내던 그에게, 한 통의 기묘한 전화가 걸려온다. 발신자는 사와다라는 이름의 남성으로, 자신의 아들이 의문의 사고로 사망했으며 이에 대한 보험금을 청구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전화 속 사와다의 차분한 목소리와 그가 제공한 정보는 어딘가 수상했다. 신지는 직업적 의무감보다는 직감적으로 이 사건이 심상치 않다고 느끼고,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아이가 죽었는데, 왜 이리도 냉정한 거지?" 신지는 사와다의 목소리에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음을 깨닫고 의문을 품는다. 보험 청구를 위한 서류 처리를 위해 사와다 가족을 찾아가면서, 신지는 이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 후, 신지는 사와다의 아내 메구미를 만나게 된다. 메구미는 무기력하고 침울한 모습으로, 마치 세상과 단절된 듯한 인상을 풍긴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녀는 어딘가 멍한 눈빛을 띠며, 자신의 아들에 대해 말할 때도 전혀 감정이 담겨 있지 않았다. 그녀의 이런 태도는 신지에게 섬뜩함을 안겨주었다.
며칠 후, 신지는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더 깊은 조사를 진행한다. 그는 사와다 가족이 사는 집에서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여러 미심쩍은 일들을 경험하게 된다. 메구미는 점점 더 이상한 행동을 보이며, 주변 사람들마저 그녀에게서 멀어져 간다. 그녀의 집 안은 혼란스러웠고, 곳곳에서 이상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그러던 어느 날, 신지는 메구미의 집을 다시 방문한다. 이때 그는 집 안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듣고 방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신지는 기괴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사람의 형체는 마치 토르소 조각상처럼 머리와 두 팔이 없었다. 그는 숨을 멈추고 그 인물이 누구인지 확인하려 하지만, 극도의 공포와 충격으로 그의 몸은 멈춘 듯했다.
"이것이... 메구미인가?" 신지는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그의 눈앞에 펼쳐진 이 끔찍한 장면은 메구미가 행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그의 몸은 마치 학질에 걸린 사람처럼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신지는 극도의 공포 속에서도 기계적으로 성냥불을 켜고 또다시 켠다. 성냥의 불이 사라질 때마다 그 불을 다시 붙이려는 그의 손가락은 이미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 그는 이제 자신이 이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 있음을 깨닫고,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이후 신지는 메구미의 어두운 과거와 그녀가 점차 정신적으로 무너져 가는 과정을 알게 된다. 사건의 실체에 가까워질수록, 신지는 자신이 더 이상 사건을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깊이 빠져들었음을 깨닫는다. 사와다 가족의 어두운 비밀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고, 신지는 끊임없는 공포 속에서 자신이 지금껏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마지막 순간, 신지는 자신이 맞닥뜨린 진실을 이해하게 되지만, 그것이 너무나도 끔찍해 받아들일 수 없었다.

리뷰
검은 집은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인간의 광기와 그로 인한 파괴적인 결과를 탐구하는 심리 스릴러이다. 기시 유스케는 인간이 가진 악의 본질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독자들에게 섬뜩한 긴장감을 선사한다. 작품 내내 짙은 어둠과 무거운 분위기가 이어지며, 주인공 신지가 겪는 정신적 공포는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특히 이 작품은 '일상 속의 공포'라는 테마를 매우 효과적으로 다루고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신지가 점차 비정상적인 사건에 휘말리며 그의 삶이 무너져가는 과정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 공포감을 자아낸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순간, 독자들은 자신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이 소설을 싫어할만한 분
하지만 검은 집은 모든 독자에게 적합하지는 않을 수 있다. 이 소설은 매우 잔인한 묘사와 심리적 압박이 강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소에 민감한 독자들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 특히 끔찍한 장면과 과도한 긴장감이 지속되는 전개는 공포 소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또한, 복잡한 심리 묘사와 느린 전개를 견디지 못하는 독자들은 이 소설의 전개 방식에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사건의 해결이 단순하지 않고, 심리적 갈등과 인물 간의 관계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빠르고 간단한 해결을 원하는 독자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끝맺음
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광기와 그로 인한 파괴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이다. 신지가 겪는 공포와 그가 마주하는 끔찍한 진실은 독자들에게 강한 여운을 남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독자는 점차적으로 공포에 압도당하며 마지막 장면에서 충격과 함께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공포와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은 놓칠 수 없는 필독서이다.

푸른 불꽃 – 기시 유스케가 그려낸 인간 본성의 파고
“너의 눈빛은 꺼지지 않는 불꽃같아. 하지만 그 불꽃은 무엇을 태우고 있을까?” 기시 유스케는 인간의 심리와 내면 깊숙한 곳을 파고드는 묘사로 유명한 작가다. 그가 그려낸 ‘푸른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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