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결말을 확인한 순간,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말로 네가 죽인 건가?" "예?. 아아. 그래요. 그렇습니다."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은 독자의 심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심리 스릴러이다. 이 소설은 우리의 마음속 가장 어두운 욕망을 건드리며, 어디까지 인간이 타락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결말에 다다랐을 때, 당신은 그동안 읽었던 모든 내용을 다시 되짚어보며, 처음부터 다시 읽고 싶어 질지도 모른다.
줄거리
살육에 이르는 병은 인간의 광기와 집착,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참혹한 범죄를 다룬다. 이야기는 주로 두 개의 시점에서 전개되는데, 하나는 연쇄살인마 ‘미즈히라 사치오’의 과거와 심리, 그리고 그가 저지르는 끔찍한 범죄 행위다. 또 다른 시점은 대학생 ‘무로이’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사건과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다.
무로이는 어느 날, 자신에게 도착한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발신인은 전혀 모르는 사람, 하지만 그 안에 적혀 있는 내용은 점점 그의 관심을 끌어당긴다. 편지를 쓴 이는 바로 미즈히라 사치오. 그는 무로이에게 자신의 과거와 범죄에 대해 서술하며, 점점 무로이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작하기 시작한다.
“너는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싶어 하지 않니?”
라는 문구는 무로이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는 자신이 알지 못하는 어둠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간다.
사치오는 유년 시절부터 기괴한 가정환경에서 자랐다. 그는 끊임없이 사랑에 목말랐고, 그 결핍은 점차 병적으로 변해 갔다. 그가 처음 살인을 저지르게 된 것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한 연인을 향한 분노에서 비롯되었다. 사치오는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녀의 눈에서 삶의 빛이 사라지는 순간, 이상하게도 내 안에서 어떤 평온함이 느껴졌어. 나는 그때야 비로소 나 자신이 진짜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
이 고백은 무로이를 공포에 떨게 만들지만, 동시에 그를 매혹시키기도 한다.
사치오의 편지를 받은 후, 무로이는 점차 자신의 일상에서 혼란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자신 또한 미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사치오는 무로이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며 그의 심리적 상태를 흔들어 놓는다.
“네가 정말 나와 다르다고 생각해? 네 안에도 나와 같은 어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니?”
이 질문은 무로이의 정신을 더욱 괴롭힌다.
무로이는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사치오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그는 사치오가 저지른 여러 사건들을 조사하면서, 그가 단순한 연쇄살인마가 아니라 매우 교묘한 심리 조작자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치오는 희생자들을 단순히 죽인 것이 아니라, 그들을 자신의 심리적 놀이 대상으로 삼아 조종하고, 그들이 스스로 파멸하도록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무로이는 자신이 사치오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는 끊임없이 자신과 사치오의 차이를 찾으려 하지만, 사치오의 편지 속에서 자신과 겹치는 부분을 발견할 때마다 점점 더 혼란스러워진다. 특히 사치오가
“너도 언젠가 나처럼 될 거야. 그것이 우리의 운명이니까.”
라고 말할 때, 무로이는 그 말이 단순한 협박이 아니라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질린다.
결국 무로이는 사치오의 편지에 적힌 마지막 장소로 향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사치오가 남긴 또 다른 흔적을 발견하게 되며, 그의 정신은 점점 파괴되어 간다.

리뷰
"살육에 이르는 병"은 단순한 범죄 소설의 틀을 넘어선 복잡한 심리적 탐구다.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어두운 욕망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극을 매우 집요하게 파고든다. 소설은 독자에게 수수께끼를 던져주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특히, 히가키가 자신이 겪은 심리적, 신체적 변화를 묘사하는 부분은 매우 섬세하고 현실적이다. 독자는 그가 정말로 병에 걸린 것인지, 아니면 단순한 환상인지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이 모호함은 소설의 매력 중 하나로,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또한, 주인공 ‘나’의 혼란과 고민이 독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친구가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느끼는 공포, 그리고 그 진실에 다가갈수록 더욱 깊어지는 혼돈은 읽는 내내 심리적 압박을 가중시킨다.
이 소설을 싫어할만한 분
이 소설은 심리적 압박과 복잡한 서사를 즐기지 않는 독자에게는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올 수 있다. 살육에 이르는 병은 끊임없이 주인공의 내면과 히가키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탐구하기 때문에, 빠른 전개나 단순한 해결을 바라는 독자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다소 불쾌한 주제와 잔혹한 묘사가 포함되어 있어, 폭력적이거나 충격적인 내용을 불편해하는 독자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히가키가 겪는 병과 그로 인한 끔찍한 행동들은 상당히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기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독자만이 이 작품의 진정한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끝맺음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은 단순한 추리 소설을 넘어 인간 내면의 어두운 욕망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작품이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병들고, 그 병이 어떤 비극을 초래할 수 있는지를 마주하게 된다. 충격적인 결말을 맞이한 후, 독자는 다시 처음부터 이야기를 읽으며 모든 단서와 힌트를 재조명하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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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시 한번 성냥불을 켰다. 가까이 다가감에 따라 벽에 기대고 있는 사람에게는, 그리스 조각의 토르소처럼 몸체는 있지만 머리와 두 팔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메구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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